취락 한가운데에 카스가(春日)사람들이 일찍부터 숭배해 온 마루오산(丸尾山)이라 불리는 좀 높은 산이 있다. 지금은 꼭대기에 작은 돌 사당이 서 있는데, 여기서 키리시탄 묘지가 발굴되었다. 키리시탄 시대의 기록에 의하면 십자가가 세워졌다는데, 그 장소가 바로 여기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 산에서 바라보는 경치에 왠지 마음이 끌린다. 야스만다케(安滿岳) 기슭에 펼쳐지는 광대한 계단식 논, 그 곁을 흐르는 카스가가와천(春日川), 집들, 신사, 사당, 두렁 길… 그저 소박한 풍경일 뿐이다. 이러한 풍경은 400년 전부터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16세기에 세워진 묘비가 소중히 보존되어 쇼와(昭和)초기에 이르기까지 히라도(平戶)의 독특한 조직에 의해 영세나 장례를 치르는 등 그리스도교 포교 초기의 신앙 형태가 지켜져 온 것이다. 과거 400년간의 시간 흐름을 느끼면서 마루오산(丸尾山)에 서서 취락을 360도 전망해 본다. 거기에는 겉으로 불교와 신도를, 그리고 마음 속에서는 그리스도교를 믿어왔던 카스가(春日) 사람들의 생명력이 숨쉬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