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시탄 26명의 처형이 결정되자 당시 나가사키에 있었던 포르투갈인들은 일반 사형수를 처형하는 형장과는 다른 장소에서 집행할 것을 나가사키장관(長崎奉行)에게 신청했다고 한다. 장래 순교지에 성당을 건립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시성된 지 100년이 되는 해에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이마이 켄지(今井兼次)가 일본26성인 기념성당「성필립성당(St.Philip Church)」을 설계하였다. 스페인의 현대건축의 거장 안토니오・가우디(Antonio Gaudi)를 일본에 소개한 인물이다. 가우디의 사그라다∙패밀리아(Sagrada Família;성가족)을 본받아 쌍탑을 도입하고 스페인 카탈루냐(Catalunya)지방의 전통적인 모자이크기법으로 벽면을 장식하였다. 아리타요(有田窯)를 비롯해서 성인의 고국인 스페인이나 맥시코에서 보내온 도기 등 세계에서 모은 도기 파편을 사용하였다.

인접된 니시자카공원(西坂公園)에는 일본26성인이 조각된 십자형 기념비를 설치하였다. 후나코시 야스타케(舟越保武)의 작품이다. 24명이 손을 모아 하늘을 우러러 보는 가운데, 성바오로미키(聖パウロ三木)와 성베드로∙바우치스타(San Pedro Bautista) 두 성인만이 양손을 벌려 시선을 아래로 돌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강론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기념비 앞 마루에는 창과 포박용 새끼를 그림으로써 책형을 영상케 한다. 바티칸이 승인한 공식 순례지이다.